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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진 음식, 과식·과음 소화 방해
증상 지속 땐 소화제 복용 효과적
위·장에서 동시 작용하는 약 좋아 ‘풍성한 한가위’라는 말처럼 추석엔 먹는 것도 푸짐해진다. 식습관과 생활 패턴이 평소와 달라지면서 유독 명절엔 소화불량을 겪는 사람이 많다. 몸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결과다. 단순히 먹는 양이 조금 많아진 것이라 생각하지만 소화기관엔 혹사에 가깝다. 소화불량에 시달리다 보면 입맛이 사라지고 기운이 없어져 명절 연휴를 망치기 십상이다. 자칫 만성 소화불량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속 편하게 추석을 보내는 방법을 알아봤다.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아프다’ ‘명치가 막힌 것 같다’ ‘속이 더부룩하다’ ‘배가 꼬인 것 같다’. 명절에 호소하는 소화불량 증상은 다양하다.

유독 명절에 소화불량이 많이 생기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기름진 음식이 많아서다. 명절 음식은 기름에 지지거나 튀긴 음식이 대부분이다. 기름, 즉 지방은 단백질·탄수화물이 소화된 이후에 소화된다. 소화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짧은 시간에 많이 먹으면 더부룩함과 메스꺼움을 겪기 쉽다.

두 번째는 과식이다. 평소보다 먹는 양 자체가 많아진다. 명절에 먹는 음식의 열량은 한 끼에 2000㎉를 웃돌 때가 많다. 평상시 섭취하는 열량의 세 배에 달한다는 통계가 있다. 소화 능력이 감당하기 쉽지 않다. 세 번째는 스트레스다. 다 같이 오랜만에 모이는 즐거운 명절이지만 장거리 운전, 막히는 길, 웃어른을 대하는 어려운 자리는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심신이 지치고 불편하면 소화효소가 덜 분비돼 소화불량이 쉽게 생긴다. 소화기관은 자율신경과 호르몬의 작용으로 조절되기 때문에 스트레스에 민감하다. 소화불량은 정신적 스트레스가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나는 신체화 장애의 가장 흔한 증상이다. 네 번째, 과음도 원인 중 하나다. 알코올은 장의 연동운동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더구나 기름진 음식과 함께라면 소화 능력이 더 떨어진다.

소화불량에 시달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예방이 우선이다. 과식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평소 본인이 먹는 양 이상의 간식이나 야식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음식은 급히 먹지 말고 되도록 천천히 먹되 오래 꼭꼭 씹어 먹는다. 오래 씹으면 아밀라아제 등 소화효소 분비가 활성화할 뿐 아니라 뇌에서 자신이 먹고 있는 양을 제대로 인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식사할 땐 채소를 곁들여 먹는 것이 중요하다. 식사 시 순서를 의식적으로 바꿔보는 것도 좋다. 고기 등 단백질을 먹기 전에 채소를 먼저 먹으면 포만감을 높여준다. 공복감으로 인한 급하게 먹는 식사, 늦은 포만감, 과식, 소화불량으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를 끊을 수 있다. 식후엔 가벼운 산책을 하는 것이 소화에 도움이 된다.

일단 속이 더부룩하고 메스꺼우면 탄산음료를 찾는 사람이 많다. 일시적으로 증상을 덜어주고 소화가 되는 느낌을 주기 때문인데, 이는 오히려 위를 자극할 수 있다.

탄산음료를 즐기는 습관은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는 증상을 유발할 수 있어 섭취를 자제해야 한다. 소화불량 증상이 지속할 땐 소화제를 먹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다만 소화제도 음식에 따라 작용과 성분이 다르기 때문에 꼼꼼히 따져보는 게 좋다. 다 같은 소화제 같지만 종류에 따라 효과에도 차이가 난다. 소화제를 고를 땐 소화에 효과적인 성분으로 만들었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소화제에는 장용코팅정과 다층혼합정제가 있는데, 이 둘은 약효 발현 시간에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탄수화물은 입과 장, 단백질은 위와 장, 지방은 장에서 소화가 주로 이뤄진다. 장용코팅정의 소화제는 위에서 녹지 않고 장으로 내려가 소화를 돕는다. 반면 다층혼합정제는 위와 장에서 작용하는 성분을 여러 층으로 혼합한 방식이다. 위와 장에서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에 장용코팅정에 비해 빠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일부 소화제는 장에서만 소화되는 장용코팅정으로 돼 있어 빠른 효과를 원한다면 가급적 다층혼합정제를 택하는 편이 낫다.

다양한 소화효소가 들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좋다. 단백질 소화를 돕는 ‘브로멜라인’, 탄수화물 소화를 돕는 ‘크리아제-폴리에틸렌글리콜’ 등 특정 성분에 대한 소화력을 강화한 소화제도 나와 있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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